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택배기사에게 승강기를 훼손할 경우 2100만원의 범칙금을 물리겠다는 공고를 게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공고에는 승강기 파손 시 2100만원, 그 밖의 이용수칙 위반 시 100만원의 금전 제재를 부과한다는 내용과 함께 손수레 사용 금지, 30kg 이상 물품 분산 운반 등의 이용기준이 담겼다. 국토교통부는 아파트 내부 규약이 관련 법령을 벗어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을 자문하는 변호사는 내부 규약을 근거로 외부인에게 금전을 요구할 경우 형법상 협박이나 공갈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는 입대의에 공용시설 이용기준을 정할 권한은 있으나, 외부인인 택배기사에게 임의로 금전 제재를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다고 설명한다. 손해가 발생했다면 민사 손해배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택배기사 간 공용시설 이용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경기 남양주의 한 신도시 아파트가 지하주차장 높이 제한으로 택배 차량 진입을 막은 것을 시작으로, 인천 송도와 서울 강동구 등 전국 단지에서 유사한 갈등이 이어졌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조사에서는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금지한 아파트가 전국 179곳으로 파악됐다.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는 택배기사에게 10만원의 통행료를 요구했다가 '통행세' 논란 끝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이번 사례는 관리규약이 구분소유자를 넘어 택배기사 등 외부 이용자에게도 일방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피스텔·상가·지식산업센터 관리주체도 배송 인력 이용규정을 만들 때 법적 근거를 갖춘 절차인지 사전에 점검할 필요가 있다.
